새해 아침에 듣는 재즈 3곡 — 〈부산은행 이야기〉 기고 칼럼

글 문선희(써니문) · · 읽는 시간 3분
부산은행 이야기 2026년 1·2월호 재즈 칼럼

올해도,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재즈보컬리스트 문선희가 부산은행 고객 매거진 〈부산은행 이야기〉 2026년 1·2월호의 'Joy of Life' 코너에 재즈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새해 아침에 어울리는 재즈 세 곡을 소개한 글인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봅니다.

부산은행 이야기 칼럼
〈부산은행 이야기〉 2026년 1·2월호

새해 음악이 꼭 웅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해가 되면 거창한 다짐보다 먼저 "오늘 하루를 어떤 음악으로 시작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새해를 맞는 음악이 꼭 힘차고 웅장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하루의 리듬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마음의 속도를 맞춰주는 음악이 오래 곁에 남습니다.

재즈가 그런 음악입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속에는 단단한 리듬이 흐르고, 서두르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를 데려갑니다. 완벽한 하루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소리예요.

1. What a Wonderful World — 아침의 커튼을 열며

새해에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곡입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로 익숙한 이 노래는 1967년, 전쟁과 갈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더욱 일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죠.

스테이시 켄트의 버전은 원곡보다 한층 잔잔합니다. 아침 햇살 아래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느낌이에요. 듣는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곁에 머뭅니다. 세상이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좋은 출발입니다.

스테이시 켄트 - What a Wonderful World

2. Que Sera, Sera — 담담하게 내딛는 첫걸음

미래는 늘 설렘과 불안을 함께 데려옵니다. "될 일은 될 대로 된다"는 이 곡의 문장은 체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노래 안에서는 긍정적인 믿음으로 바뀝니다.

브리아 스콘버그의 연주는 부드러운 트럼펫과 여유로운 스윙 리듬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해요. 미래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리듬에 몸을 맡길 수는 있다고. 계획이 조금 어긋나도, 다른 길로 흘러가도 괜찮다고.

브리아 스콘버그 - Que Sera, Sera

3.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 햇살이 드는 쪽으로

이제 밖으로 나설 차례입니다. 1930년 미국 대공황 시기에 태어난 이 노래는 행복은 결국 내가 선택하는 방향에 있다고 말합니다.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버전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그녀의 음악에는 단단한 에너지와 섬세한 균형이 함께 흐릅니다. 햇살 쪽으로 걷는다는 건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한 걸음 내딛는 일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에스페란자 스팔딩 -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재즈는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는 음악

재즈는 완벽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연주자들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그 순간의 감각으로 화음을 만들어가고, 실수도 즉흥도 모두 음악의 일부가 됩니다.

공연 중 가사를 잠깐 놓친 적이 있었어요. 당황스러웠지만 스캣(뜻 없는 음절로 즉흥 멜로디를 부르는 재즈 창법)으로 이어갔고, 연주자들이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채워줘서 다시 흐름을 찾았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재즈는 흔들림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음악이라는 것을.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걸 계획대로 완벽하게 해내기보다, 상황에 맞게 조율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니까요.

곡 이야기하는 것
What a Wonderful World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Que Sera, Sera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방향을 선택하는 용기

새해 아침, 이 세 곡을 차례로 들어보세요. 무언가를 꼭 해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오늘 하루를 잘 살면 충분하다는 안정감이 찾아올 거예요.

글쓴이

문선희 — 써니문재즈밴드 재즈보컬리스트. 공연기획자이자 음악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부산에서 재즈가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공연 기획, 협업 무대, 칼럼과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즈보컬 써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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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새해에 듣기 좋은 재즈곡은 무엇인가요?

What a Wonderful World, Que Sera Sera,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를 추천합니다. 세 곡 모두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났지만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What a Wonderful World는 언제 나온 곡인가요?

1967년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로 발표되었습니다. 전쟁과 갈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곡입니다.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는 어떤 곡인가요?

미국 대공황 시기인 1930년에 발표된 곡으로, 걱정은 뒤로하고 햇살이 드는 쪽으로 걸어가자는 내용입니다.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방향에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은 써니문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소개한 내용을 홈페이지용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현장 사진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더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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