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100선 #4 Blue In Green — Kind of Blue에 담긴 10마디의 고독

글 문선희(써니문) · · 읽는 시간 4분
재즈 100선 4편 Blue In Green 대표 이미지

재즈 역사에서 가장 깊은 고독의 색채.

재즈 100선 네 번째 곡은 재즈 입문자라면 꼭 거쳐 가는 곡, Blue In Green입니다. 재즈의 역사를 바꾼 앨범 《Kind of Blue》 안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곡이에요. 입문자도 쉽게 빠져들지만, 거장들도 평생 탐구하는 곡입니다.

이 곡은 어떤 앨범에 실렸나요?

마일스 데이비스의 1959년 앨범 《Kind of Blue》의 3번 트랙입니다. 1959년 3월 2일 뉴욕 컬럼비아 30번가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고, 같은 해 8월에 발매되었습니다.

악기 연주자
트럼펫 마일스 데이비스
테너 색소폰 존 콜트레인
피아노 빌 에반스
베이스 폴 체임버스
드럼 지미 콥
마일스 데이비스 - Blue In Green (1959, Kind of Blue)

진짜 작곡가는 누구일까요?

이 곡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작곡가 크레딧입니다. 앨범에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작곡가로 올라 있지만, 곡의 화성과 분위기는 빌 에반스가 완성했다는 것이 정설처럼 알려져 있어요. 마일스가 에반스에게 몇 개의 코드를 적어 건네며 곡을 만들어 보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에반스는 훗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곡을 썼다고 밝히면서도, 음악은 이미 존재하니 큰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에반스의 친구와 드러머 지미 콥 역시 에반스의 역할이 컸다고 증언했고, 마일스가 로열티 대신 에반스에게 25달러짜리 수표 한 장을 건넸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Blue In Green

재즈의 규칙을 깬 10마디 형식

대부분의 재즈 스탠더드는 8마디, 12마디(블루스), 32마디처럼 짝이 맞는 구조를 따릅니다. 그런데 Blue In Green은 10마디로 되어 있어요.

우리 귀는 8마디, 16마디 패턴에 익숙하기 때문에, 10마디에서 곡이 처음으로 돌아가면 "어?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 하고 느낍니다. 그 낯선 순간이 계속 반복되면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명상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적은 재료로 잊을 수 없는 곡을 만든, 미니멀리즘의 걸작이에요.

재즈보컬 써니문의 감상 포인트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안개 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었어요.

보컬리스트에게 이 곡은 다루기 어려운 숙제 같은 곡입니다. 원래 가사 없는 연주곡이라, 멜로디 안의 절제된 슬픔을 목소리로 표현하려면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거든요. 빌 에반스의 피아노가 물방울처럼 똑, 똑 떨어질 때 그 사이의 침묵조차 음악이라는 걸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재즈에서 필요 없는 음을 빼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Blue In Green은 그 어려움을 완벽하게 해낸 곡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듣는다면 이 세 가지에 집중하세요

  1. 빌 에반스의 피아노 인트로: 피아노가 홀로 시작합니다. 바람처럼 부드럽지만 깊은 슬픔을 담은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2. 마일스 데이비스의 뮤트 트럼펫: 곧이어 속삭이는 듯한 트럼펫이 들어옵니다. 누군가 귓가에 비밀을 말해주는 것처럼요.
  3. 존 콜트레인의 테너 색소폰: 중간쯤 등장하는 색소폰은 트럼펫보다 조금 더 블루지하게 감정을 풀어냅니다. 두 사람이 깊은 밤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이 곡은 배경음악보다 귀 기울여 듣는 음악입니다. 조용한 밤이나 비 오는 오후, 헤드폰으로 들어보세요.

어떤 자리에 어울리나요?

  • 혼자만의 시간: 하루를 돌아보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 프라이빗 라운지·심야 위스키 바: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만들 때
  • 재즈 입문 선물: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첫 곡

함께 들어볼 추천 연주 5선

아티스트 버전 한 줄 감상
마일스 데이비스 《Kind of Blue》(1959) 원곡. 시간이 멈춘 듯한 5분 37초
빌 에반스 트리오 《Portrait in Jazz》 스콧 라파로(베이스), 폴 모션(드럼)과 함께한 더 순수하고 깨끗한 해석
카산드라 윌슨 보컬 버전 가사 없던 곡에 목소리로 새 영혼을 불어넣은 연주
쳇 베이커 라이브 노래하는 듯한 트럼펫, 더 부드럽고 서정적인 접근
잭 디조넷 트리오 feat. 라비 콜트레인 라이브 존 콜트레인의 아들이 참여한 현대적 재해석
빌 에반스 트리오 - Blue In Green (Portrait in Jazz)
카산드라 윌슨 - Blue In Green

처음엔 "슬프고 부드러운 곡이네" 정도로 들려도, 몇 년 뒤 다시 들으면 완전히 다른 감정이 밀려올 거예요. 우리의 삶이 함께 변했으니까요.

재즈 100선 시리즈

지난 편은 #3 My Funny Valentine, 다음 편은 #5 In A Sentimental Mood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Blue In Green은 누가 작곡했나요?

크레딧에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올라 있지만, 빌 에반스가 사실상 작곡했다는 것이 정설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에반스 본인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썼다고 밝히며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10마디 형식이 왜 특별한가요?

대부분의 곡은 8·12·16·32마디처럼 짝이 맞는 구조라 귀가 그 흐름에 익숙합니다. 10마디에서 곡이 처음으로 돌아가면 '뭔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들고, 그래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생깁니다.

재즈 입문자가 들어도 괜찮을까요?

네. 《Kind of Blue》는 재즈 입문의 정석으로 꼽히는 앨범이고, 그중 Blue In Green은 가장 감정적이고 짧은 곡이라 입문곡으로 좋습니다. 조용한 밤에 헤드폰으로 들어보세요.

어떤 공간에 어울리나요?

프라이빗 라운지나 심야 위스키 바처럼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필요한 공간에 잘 어울립니다.

이 글은 써니문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소개한 내용을 홈페이지용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현장 사진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더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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